우울한날의 넋두리 (읽지마시오)
열린사이버대학 부총장님의 “[박태웅의 여시아문(如是我聞)] 문제는 생태계다” 라는 컬럼을 읽었다. 뭐, 모르고 있던것도 아니고 매일 매일 느끼고 한숨짓게 하는 문제였지만 뭔가 실랄하게 지적 당한것 같아 쓰리면서 먹먹해진다.
진이 빠진 것은 창업자뿐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탈을 쓴 SI 하청회사에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황금기를 밑도 끝도 없는 야근으로 지새운 청년은 이윽고 학교 후배들에게, 친척 동생들에게 ‘절대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하지 말 것’과, ‘의대를 가든가 공무원이 될 것’을 저주처럼 들려주게 되는 것이다.
“[박태웅의 여시아문(如是我聞)] 문제는 생태계다” 中
이부분에서는 조금 과장해서 눈물이 날려고 한다. 정확히 내 얘기다.
지방이라 원래 작은 시장이었지만 커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업무량은 늘어만간다. 새로운 사업이 나와도 제안요청서를 보는게 두렵다. 과업지시서를 보기 전에는 우황청심환이라도 먹고 싶어진다. 늘어난 업무량을 만족시키려면 직원을 더 뽑던가, 외주를 주던가, 기존 구성원들의 피와 땀을 더 뽑던가 해야 하는데 대부분 마지막을 선택한다. 지친다.
컴퓨터공학이 여전히 매력적인 학문이고 직업이라고 하지만 그건 이제 막 직업을 선택해야 할, 어떤 도전을 했다가 깨져도 경험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푸릇푸릇한 젊은이들 얘기고 이제 도전의 실패가 가정의 몰락일 수 있는 30대의 반이나 살아버린 나에게 컴퓨터공학 혹은 개발자는 배운게 도둑질이라 그냥 하고 있는 “직업”일 뿐이다. 남들에게는 “좋아서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잦은 야근과 시스템 이상으로 새벽에 불려나가고 스트레스로 몸이 망가지는 것들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좋아하려 애쓰기도 한다. 이 블로그를 포함해 업무외의 파일럿 프로젝트도 해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프레임워크도 설계하고 공동 개발해보고 하지만 언제나 완료일정이 빠듯하게 나오는 프로젝트들에 치여서 포기하다 보면 좋아질리가 없다.
누구처럼 썩 괜찮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대기업에 팔리는 것도 상상해보고, 아니면 괜찮은 수익모델을 만들어 대박을 치는 상상도 해보고, 틈새 시장을 노린 개인 기업이라도 차려 내 맘대로 일해보는 상상도 해보지만 언제나 버그를 알리는 기획팀의 양모 사원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오곤 하는 요즘이다. 피곤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SI에는 희망이 없다. 앞에서 인용한 박태웅 부총장님의 글에서 말하는 “절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일을 하지마라”도 SI에서의 개발을 말한다. 기중태 원장님의 컴퓨터공학이 여전히 매력적인 학문이고 직업인 이유 에서 말하는 세상을 바꾸는 엔지니어도 SI의 개발자를 말하는것은 아닐것이다.
기관의 예산을 책정하는 사람들이 과거와 같은 업무량에 대해 비용을 더 늘릴리는 없고, 오히려 금액은 줄이고 일은 늘리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고, 있던 사업도 행정안전부로 바뀌면서 사라져버리고, 얼토당토 않는 업무량의 사업에 제안 않는다고 압박 들어와서 울며 겨자먹기로 제안해보지만 당연히 이익될 것 없고, 미래를 약속하면서 비용대비 과한 업무량을 소화해 내지만 개뿔 없고, 이 바닥에 그나마 이름은 나서 영예롭긴 하지만 빗 좋은 개살구고 … 모든 상황이 희망이 없음을 얘기하고 있다. 우울하다.
하지만 !! 이 불만들과 넋두리들이 결국 모두 내 탓이라는 것이 오늘 가장 우울한 이유다.
초기의 제로보스 소스를 보고 “쳇, 이정도는 나도 … ” 생각하면서 뭣 하나 만들어 배포한적 없고, 초기의 “태터툴즈”를 보고 “간단하네~” 생각하면서 뭐 하나 만들어서 남들을 편하게 해준 적 없다. 제로보드는 네이버에 인수되고, TNC 는 구글에 인수됐다. 오늘도 그냥 생각(만) 한다. “나도 한번 ? “. SI도 희망이 없지만, 행동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개발자도 희망이없다. 이것도 내 얘기다.

건이나 보러 집에가야겠다. 올 겨울에는 춥지 않아야 하는데 … 내년 먹을게 걱정이다.

‘읽지마시오’에 더 끌려 결국 읽어버렸네요… TㅅT
그 깊이는 가늠 할수 없는데 왜 한숨이 나오는지… 술 한잔이 생각나는지…
저도 민규나 보러 갑니다~ ㅋ
wanee 님 // 하하.. 의도대로 낚이셨군요. 덩달아 우울모드가 되신것 같아 죄송합니다. 한결 나아진 오늘이지만 다시 읽어보니 우울해집니다..줴길.. ㅠㅠ
SI 개발자하고 엔지니어랑은 확실히 틀리죠.울나라 SI 의 개발자들은 창의적인 개발자나 엔지니어라기 보단 SI 개발프로세스의 일개 모듈내지는 부품이라고 봐야죠.뭐 예전이나 지금이나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진데…얼마전에 온 로이드의 인증 심사원이 그러더군유 한 5-10년만 버티면 좋은 날이 올거라더 군요.뭐 수요과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현재 추세가 그렇다던데..당장 내년도 기약할수 없는 제게는 버거운 일이죠.ㅋㅋㅋ
암튼 뭐 나도 한번? 이라는 무겁고 스트레스 같은 생각을 벗어던지면 그래도 좀 즐거울 겁니다^^
쿠니미 님 // 앜.. 역시 그렇죠 ? 우울~우울~